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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인소식

[웹진 '파스텔' 4호 특집] 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 연극발표회 '청춘레인보우'
작성일
2022-02-18 11:12

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 연극발표회

청춘레인보우



화를 내기도, 웃어보기도, 가발을 써보기도, 처음 보는 옷도 입어보았다. 모든 게 낯설기만 하였고, 카메라 앞에서는 더욱 불편하게 느껴졌다.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다.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생소함과 막막함이 나를 힘들게 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성장을 위한 뿌리가 힘차게 내리고 있었다. 



연극의 시작

직업적응훈련반에서는 2021년 3월부터 12월까지 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으로서 연극활동을 진행하였다. 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지원하는 사업으로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가 적은 지역과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문화예술의 접근성을 높여주고, 문화예술로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3월부터 8월까지는 각종 놀이활동이나 감정표현 또는 즉흥극이나 상황극과 같은 본격적인 연기에 앞서 표현력을 확장 시켜 줄 수 있는 활동들로 채워졌다. 코로나19로 화상회의 방식의 비대면 비중이 높아 진행에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작은 모니터 안이라는 공간이 안정감을 주었을까? 훈련생들은 흥미를 보였고,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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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추억으로..

드디어 9월부터는 한 편의 연극을 제작하기 시작하였다. 이름하여 ‘청춘레인보우’, 왠지 훈련생들과 이름부터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청춘레인보우’는 80년대를 배경으로 청소년기 친구들 사이에 벌어진 갈등과 오해를 전국노래자랑 참가를 통해 다시금 우정을 찾게 되는 과정을 그린, 그리 무겁지 않은 줄거리로 연극을 처음 접하는 직업적응훈련생들에게 적격이었다.


우린 드디어 서로 만났고, 조심스럽게 촬영을 시작하였다. 먼저 역할을 정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으레 하고 싶은 것이 겹치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양보해야 했고, 어떤 식으로든 타협해야 했다. 진전되지 않고, 합의점을 찾으려 고심하던 그 때, 한 훈련생이 외쳤다.


“우리 싸우지 말고, 좋은 추억을 만들어보자!”


그들은 무엇이 더 중요한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렇게 또 하나를 배워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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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누구냐 넌!" 

카메라 앞에 서는 건 너무 힘들었다. 대사는 절망적으로 외워지지 않았다. 카메라는 나에게 다그치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불편했고, 주눅이 들었다. 나를 노려보는 그 ‘시커먼 눈’ 앞에서 연기를 해야 했고, 춤도 췄다. 도대체 어떻게 했는지 모를 정도로 엉망인 기분이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녹화 된 자기 모습을 보는 것으로 보상이 되었다. 점점 익숙해지고, 자연스러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사람들 앞에서 다른 인물이나 성격을 표현해내는 것은 용기가 필요했고, 누구나 쉽게 적응할만한 분야가 아니다.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있었고, 연기자들에게 대사를 알려준다거나, 매무새를 고쳐 주는 등 할 수 있는 역할을 했다. 친구들을 바라보며 다음 번에는 잘 할 수 있으리라.. 그것 또한 ‘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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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하게 떠오른 청춘이라는 무지개

떨리는 마음으로 발표회가 시작되었다. 누군가는 고개를 숙이고, 귀를 틀어 막았다. 누군가는 박수를 치며, “악” 소리를 내었다. 다른 누군가를 연기하고 있지만, 분명 ‘나’였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조금은 뻔뻔한 듯 느껴졌지만, 피하고 싶지는 않았고, 자신도 모르게 입가엔 미소가 지어졌다. 처음 느껴보는 ‘희열’이었다. 뒤편에 사회복지사들이 앉아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온전히 그들을 위한 연극제였다.


이번 연극활동을 통해 때로는 배우로서 상상의 공간에서 마음껏 표현하고, 때로는 관객으로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통찰의 시간을 보냈으리라.. '청춘레인보우'는 훈련생들의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담아낸 소중한 추억이 되었고, 앞으로의 인생에서도 중요한 경험으로 남아 성장의 밑거름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