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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언론보도]사회적 기업'구두 만드는 풍경' 사람들 청각장애 장인들 희망 '한땀한땀'
작성일
2011-07-07 10:27
사회적 기업 ‘구두 만드는 풍경’ 사람들 청각장애 장인들 희망 ‘한땀한땀’

 

지난 4일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영태리에 위치한 수제화 전문제작 회사 ‘구두 만드는 풍경’. 198㎡(60평) 정도의 공장에 들어서니 신발을 만드는 직원들의 손놀림이 분주했다.

“끄르륵∼ 끄르륵∼.”

시끄러운 기계소리가 간혹 났지만 아무도 얼굴을 찡그리지 않았다. 구두에 가죽을 붙이는 한 직원에게 “무슨 작업 과정이냐”고 물었다. 아무 대답이 없었다. 조금 앞으로 다가서니 그제야 고개를 돌리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분은 청각장애인이세요. 이쪽으로 오세요.”

사회복지사 문은경(39)씨가 사무실에서 달려오며 말했다.

‘구두 만드는 풍경’은 1급 시각장애인 유석영(49) 대표와 청각장애인 직원 6명이 한 땀 한 땀 공들여 손으로 구두를 만드는 회사다. 이들에다 구두장인 1명, 사회복지사 3명이 함께 일한다.

현재 자체 브랜드 ‘아지오(AGIO)’를 개발, 8종의 신사화와 일명 ‘효도화(또는 건강화)’로 불리는 여성 단화, 샌들 등을 생산하고 있다.

청각장애로 오히려 손의 감각이 뛰어난 구두장인이 만든 아지오는 다른 브랜드와 비교해 손색이 없는 품질이다. 하지만 가격은 설립 기념으로 시중의 60∼70% 수준에 불과하다. 아지오는 이탈리아어로 ‘편하다’ ‘안락하다’는 뜻이다. 지난달 하순부터 모 백화점 쇼핑몰에서도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업계에서 품질을 인정받은 셈이다.

‘구두 만드는 풍경’은 2009년 12월 오픈했다. 소비자들이 소리를 못 듣는 청각장애인이 열심히 구두를 만드는 모습을 연상시킬 수 있도록 회사명을 지었다.

유씨는 청각장애인의 딱한 실정 얘기부터 꺼냈다.

“국내 굴지의 구두 회사에서 수년간 열심히 구두를 만들던 청각장애인들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제조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중국 등으로 공장을 이전했기 때문이죠. 고민하던 중 직접 우리가 ‘명품 구두를 생산하자’고 의기투합했죠. 세상에서 가장 편한 구두, 품질로 승부하자는 당찬 꿈을 가지고 ‘구두 만드는 풍경’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20대 초반 시력을 잃은 유씨는 1987년부터 장애인을 위한 라디오 방송의 리포터와 휴먼 르포 제작자 등으로 활동해 왔다. 2004년 3월 지적장애인이 가구를 제조하는 파주의 ‘일굼터’를 책임지다가 2006년 11월 파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장으로 임명됐다.

복지회관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운전면허, 꽃꽂이 교실 등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청각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경제적 자립이라는 것을 절감했고 과거 구두 제조 업체를 견학갔다가 본 청각장애인의 행복한 미소를 떠올렸다.

소명을 품은 유씨는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1억여원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그간 모은 돈을 보태 공장과 중고기계 12대를 사들였다. 국내 유명 제화업체에 천연가죽을 납품하는 한 피혁회사는 “명품 신발을 만들어 달라”며 힘을 보탰다.

격려가 쇄도했다. “꼭 성공하는 기업이 돼라”는 각계의 메시지가 전달됐다. 시장 조사와 기획 회의를 거듭하며 낮과 밤이 따로 없이 뛰었다.

첫 제품은 수녀를 위한 ‘편한 신발’이었다. 유씨는 설립 직후 오랜 시간 걷고 일을 하는 수녀의 신발에 대한 고민을 듣게 됐다. 이 신발은 굽이 너무 높고, 이 신발은 볼이 좁고…. 또 이 신발은 너무 푹신거리고, 이 신발은 너무 무겁고 잘 미끄러지는 등등.

적지 않은 신발 제조 업체가 수녀원에 다녀간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수녀의 신발을 만드는 일을 포기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설레는 마음은 이내 근심으로 바뀌었다. 기운이 빠졌다. 좀더 기술력을 갖춘 다음 도전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생각을 바꿨다. 오히려 주문이 까다로운 신발을 잘 만들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유씨는 충남 공주의 수녀원을 다섯 차례나 방문했다. 3개월 후 300켤레 납품에 성공했다. 유씨와 직원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이후 구두 품질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알음알음으로 주문이 늘기 시작했다.

성우 배한성씨, 가수 서유석씨, 탤런트 김세민씨 등이 ‘홍보 모델’로 나섰다. 모델료는 구두 한 켤레를 줬을 뿐이다. 노연홍 식품의약품안전청장,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에 이어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명박 대통령도 이 회사 손님이 됐다.

난관도 적지 않았다. 직원 간 대화가 끊기는 것은 예사고, 오해를 받기 일쑤였다. 사회복지사가 옆에서 수화로 의사소통을 도와도 지시하는 말을 잘못 알아들어 신발 제작을 망칠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수소문 끝에 40년 경력의 구두장인을 삼고초려로 모셔오기도 했다.

‘구두 만드는 풍경’은 지난해 12월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마케팅과 제품개발 등에 지원을 받으며 사업에 탄력도 붙었다. 올해 6∼7명의 청각장애인을 더 고용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앞으로 청각장애인 교회를 세울 예정이다. 파주 지역에 청각장애인 교회가 전무해 서울이나 인천까지 다니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유씨는 “직원 전원이 크리스천이다 보니 신앙생활에 무척 열심”이라며 “매주 정기적인 예배를 드리고 일하면서 찬송을 즐겨 부른다. 하나님 나라 건설에 더 앞장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