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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언론보도] 전국장애인미술전시회 조선일보 보도
작성일
2010-04-21 10:27

chosun.com
[수도권II] "장애인 작품엔 순수한 삶이 담겨 있어요"

파주 헤이리서장애인 미술전시회 열려… 전국 447명 장애인들, 수채화·CG 등 460점 출품

"후제 오늘 전시한다! 후제 오늘 전시해!"

자폐성장애 2급인 조후제(21)씨는 230㎡(약 70평) 규모의 미술관을 껑충껑충 뛰어다녔다. 이날은 그가 일주일을 몰두해서 만든 도자기 작품 3점을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날이다. 조씨의 어머니 김명숙(53)씨는 "10분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가 도자기를 만들면서 5시간이 넘게 집중하는 법을 알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지난 17일부터 파주시 예술마을 헤이리에서 '함께 그려보는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조그만 미술 전시회가 열렸다.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파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과 서울민족미술인협회가 20일 동안 함께 여는 행사다. 전국 447명의 장애인들이 만든 미술작품 460점을 모아 전시한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다. 헤이리에서 '마음등불'이란 미술관을 운영하는 소설가 윤후명(64)씨는 올해도 미술관 1층 전시공간 전부를 내놨다.

예술에는 장애의 구별이 없었다. 지난 17일 파주시 헤이리에서 열린 전국장애인미술전시회에는 관람객 300여명이 장애인들이 직접 만든 미술작품 460여점을 감상했다. / 김건수 객원기자 kimkahns@chosun.com
전시를 주최한 파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유석영(48) 관장은 "장애인들의 작품에는 소박하고 순수한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장애를 떠나 미술을 통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거죠"라고 말했다. 그 역시 시각장애 1급 장애인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지난 3월부터 한달 동안 전국의 복지관과 학교에 행사를 알린 결과 500점이 넘는 작품들이 몰렸다.

전시장 한쪽에 걸린 초점이 흔들린 '희망선물'이란 사진은 시각장애 1급인 신승엽(27·서울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씨의 작품이다. 자신과 여자친구의 얼굴을 찍은 '셀카'다. 신씨는 "시력이 갑자기 나빠져 2007년에 장애 판정을 받았지만 여자친구는 항상 제 곁에서 힘이 돼줬어요. 제게는 하늘이 내려준 희망선물이죠. 내 눈으로 보는 여자친구를 그대로 표현하고 싶어서 일부러 흔들리게 찍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시에 사진 3점을 냈다.

신씨는 "산책을 나가면 시각장애인인 줄 모르고 사진을 찍어 달라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때마다 속상했어요. 다른 사람들처럼 사진을 잘 찍어 주고 싶었어요. 그렇게 복지관에서 하는 사진반을 찾게 됐죠"라고 말했다. 2008년부터 사진을 찍으면서 시력도 좋아졌다. 특히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오른쪽 눈의 시력이 좋아져 이제 1m 거리에 있는 손가락도 볼 수 있게 됐다.

그는 "아무래도 일반인들처럼 사진을 잘 찍을 수는 없어요. 그래서 제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담으려고 노력해요. 왜 찍었을까 하며 한번쯤 되돌아 볼 수 있는 사진을 찍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A4 용지에 컬러프린트로 인쇄한 컴퓨터 그래픽 작품을 낸 한미영(33·파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씨는 전신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지체장애 1급 장애인이다. 보건복지부에서 지원하는 활동보조인의 도움이 없으면 식사도 할 수 없다. 그는 지난해 4월 파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컴퓨터반에서 나무젓가락을 입에 물고 키보드를 두드리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씨는 "우리 같은 지체장애인들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요. 그동안은 거동이 불편해 집에만 있었죠.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면서 제2의 인생이 열렸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1년 동안 벌써 20장이 넘는 그림을 그렸다. 나무젓가락, 키보드와 씨름하며 그린 그림이지만 분위기는 밝기만 하다. 한씨는 '해 뜨는 아침'이란 그림을 보며 "아침에 산책하는 컴퓨터 선생님의 여자친구를 그렸어요. 우리 선생님 여자친구 너무너무 예쁘죠?"라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서울 실버밸리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90대 노인 3명은 찰흙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들어 '자화상'이란 이름으로 출품했다. 삐뚤삐뚤한 얼굴을 표현해 관람객들에게 웃음을 주는 이들은 노인성치매를 앓고 있다. 뇌병변장애 1급인 구족(口足)화가 박성미(30)씨는 경남 창원에서 가로 15㎝, 세로 15㎝짜리 수채화 1점을 보내왔다. 붓을 입에 물고 15일 동안 일일이 점을 찍어 완성한 작품이다. 박씨는 "제 그림을 보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고 싶어요. 친구들과 휠체어 타고 전시회 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어요"라고 말했다.